• [경향신문 기고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안녕, 민주주의❞

     

    윤석열이 대통령 된 나라까지 바꾸자고 다짐하며 광장을 지켰던 여러 운동들이 집회를 준비 중이다. <가자, 평등으로! 12·10 민중의 행진>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 노동이 존엄한 나라, 기후정의 당연한 나라, 공공성 든든한 나라, 진보정치 빛나는 나라’라는 부제를 달았다. 또 다른 무엇으로 그리든 우리가 안녕할 나라는 저절로 오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 모이고 말하고 행동하는 크고 작은 자리들이 이어질수록 가까워진다. 비상계엄 이후 세상이 혼탁하고 일상이 헝클어지는 동안에도 안녕했던 순간을 떠올려본다. 어디에 있든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감각하며 벅찼던 순간들. 위협도 불안도 긴장도 결핍도 없어서 안녕했던 것이 아니다. 위기를 함께 겪고 있음을, 결정하는 자와 위험을 떠안는 자가 구분되지 않을 것을 예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평등으로, 우리는 안녕했다.

  • [경향신문 기고 소설가 최정화] ❝하루 20시간의 형벌❞

     

    나의 하루는 4시간입니다. 인간의 하루에 비하면 절반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셈이죠. 이처럼 짧은 하루를 사는 기분을 아십니까? 하루 20시간의 형벌을 받아야 하고, 내일도 모레도 같은 형벌을 받는 일이 전부인 삶을요. 차라리 시간이 멈추어 버리기를 기도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여기는 좁디좁은 켄넬 안, 나는 잘못된 장소에서 잘못된 시간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동물보호법은 최대 3~4시간 이상 가두어두는 일을 허락하지 않는다는데 우리에게는 그 법이 찾아와주질 않는군요.

    하루 20시간. 하루가 되지 못하는, 하루로 셈할 수 없는 가혹하고 끔찍한 시간을 견디며 내가 왜 이런 신세가 되었는지 묻습니다. 카라의 운영진은 우리가 해외 입양을 위한 장시간의 비행기 이동을 위해 사회화 교육을 받고 있다고 변명했어요. 하루 네 차례의 훈련과 산책이 있다는 거짓말도요. 40여마리의 개들에게 허락된 담당 활동가는 고작 한두 명뿐이었잖아요? 켄넬에 가두어놓은 감금이, 억압이, 폭력이, 무책임과 방만이, 사회화 교육이라고요?

     

  • [한겨레21 노 땡큐! 작가 희정] 쿠팡식 '답정너'를 거부한다

     

    물류센터에서 1년 반 야간노동을 한 이가 사망했다. 퇴근 뒤, 자택 욕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과로사였다. 이 물류기업에서 목숨을 잃은 이는 25명. 이 중 과로사로 인정되거나 추정되는 이는 17명. 지난 4년간 이 기업의 산업재해율은 평균 6.7%. 100명 중 7명은 일하다 죽거나 다친다. 기업은 총알·새벽 배송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에 다른 택배사들도 심야배송을 도입하고 있다. 심야배송 확대가 물류업 종사자들의 업무 강도와 건강 위험을 높일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문제. 위의 사안을 해결할 방안을 고르시오.

    ①산재사고에 관해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독립적인 조사를 진행하고, 재발 방지안을 마련한다.

    ②배송기사에게 분류작업이 전가되지 않도록 하고, 연속 근무일수(노동시간)에 상한선을 두어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휴식권을 보장한다.

    ③배송 속도 경쟁이 과열되지 않도록 주 7일 배송 금지, 새벽배송 필수 품목 별도 구분, 초심야시간(0~5시) 배송 제한 등의 방안을 마련한다.

    ④일을 마치고 바로 씻지 않는다.

     

  • [오마이뉴스] 사람들이 열광하는 '동물 구조'의 민낯

     

    [김소리의 세상을 읽다] 지향해야 할 동물 구조·동물 복지의 형태 진지하게 논의해야

     

    개농장이나 도살장 같은 곳에 있는 많은 수의 개들을 구조하는 것은 개인이 하기는 어렵다. 대체로 어느 정도 인력과 전문성이 있는 동물단체들이 이를 행한다. 큰 단체에서 이 불쌍한 개들을 구조한다니, 사람들은 기꺼이 후원금을 보낸다. 이때 구조 현장을 라이브 방송으로 전하는 경우도 많다.

    동물단체 활동가들이 뜬장에서 동물들을 꺼내 켄넬(이동장)에 넣는다. 사람들은 이제 마음이 놓인다. 이제 열악한 곳에서 탈출해 동물단체의 따뜻한 보호를 받게 될 테니 말이다. 이제 이곳에 대한 걱정은 끝났다. 또 다른 단체의 동물 구조 활동에 관심을 갖는다.

  • [경향신문 | 소설가 정보라] ❝자화자찬 금지❞

     

    12월3일과 그즈음 기간에 내란퇴치 1주년 기념 행사들이 여기저기서 열렸다. 이름을 말하고 싶지 않은 재수 없는 내란수괴의 불법적인 계엄령 선포부터 파면까지 길고도 추웠던 4개월은 ‘젊은 사람들이 예쁜 응원봉을 들고 나와 K팝 음악에 맞춰 거리를 빛으로 물들이며 독재를 타도했다’는 납작한 서사로 빨리도 요약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