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칼럼
엄마반란
내가 저분을 지키려 했다니. 지금 내 눈앞에 펼치어 계신 분, 그분의 털끝조차 너무 거대해서 한눈에 담기는 법이 없는, 저 바다. 그리고 저분마저 품고 계신 어머니, 지구에 대해서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부처님 손바닥이란 말이 딱 알맞을 뿐이지만, 초등학교 1학년인 우리 집 어린이도 학교에서 ‘지구를 지키자’라고 배워 온다. 누가 누굴, 지키긴 뭘 지킨단 말인가! 쇠파리(소의 피를 빨고 거기에 산란하여 그 애벌레는 소의 피하에 기생)가 소를 지킨단 말보다 더 우습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아동기본법 릴레이 기고 ②차별 받지 않을 권리]
2023.01.02 00:00
‘잊지 않겠습니다.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어린이들을 안전하게 보살피려면, 결코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는 걸 2014년 봄에 깨달았다. 그때 뱃속에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어린이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모든 게 내 일 같았다. 나의 어린이와 이별한다는 건 단 1초도 상상할 수 없는 최악의 고통이었다. 감정을 좀 묶어둬야 겨우 활동할 수 있었다. 참사가 반복되고 있다. 세상을 등진 어린이와 젊은이에 대한 혐오, 자식을 잃은 사람들에 대한 조롱 또한 되풀이되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 죄 없는 이들을 지켜내려면 더 단단해져야 한다고 다짐한다. 나도 그렇게 강한 사람이 아닌데, 어떨 땐 너무 암울하고 길은 보이지 않고 무력감에 빠지는데…. 어린이를 보면 거짓말처럼 ‘힘내자’ 버튼에 불이 들어온다. 나 자신을 포기할 순 있어도, 어린이를 포기할 권리 같은 건 애초에 없는 것처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