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나의 눈]그 길
1996년 늦봄이던가? 대학교 1학년이었던 나는 ‘워크맨’을 사기 위해 용산전자상가에 갔다. 제주 출신인 나에게 ‘그 길’은 초행이었다. 신용산역에 내려 전자상가까지 가는 ‘그 길’. 나는 여태껏 단 한 번도 그날의 일로 울어본 적이 없는데, 몇 자 적다 보니 25년 만에 눈물이 흐른다. 그날은 오늘처럼 덥고, 오늘처럼 건조하고, 오늘처럼 불쾌한 날이었다. 록을 즐겨 듣던 시절이라 ‘소리가 칼칼한 산요 제품을 사야지’, ‘어떻게 하면 바가지를 안 쓸까?’ 같은 생각을 하면서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