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축구선수 될래요."
8살 딸아이가 축구의 '축'자도 모르면서 축구선수가 되겠단다. 공놀이가 그저 좋아서 그런 꿈을 꾸는 것이리라. 엄마인 나는 정말 멋진 꿈이라며 아이를 격려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운동선수는 절대 안돼. 특히 여자는.'이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고(故) 최숙현 선수의 죽음에 대한 뉴스를 보면서 체육계의 고질적인 행태에 완전히 질려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아이 아빠도 내게 단호히 주의를 준다.
"여자가 운동선수는 절대 안돼. 무슨 일을 당할 지 모르는 곳이 체육계니까."
아이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그렇게 말을 했겠지만, 기본적으로 체육계에 대한 불신이 매우 강하다는 뜻일 것이다. 무엇보다 많은 남성들이 여성 운동선수를 볼 때 그런 '걱정'을 섞은 시선으로 보지 않을까 싶어 서글프고 속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