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개봉했을 무렵이었다. 늘 품고 사는 귀촌 본능과 농사를 짓고 싶다는 욕구에 불을 붙인 이 영화가 텃밭 행에 한몫을 했다. 물론 같은 ‘농사’라는 단어로 자녀 양육과 이를 연결한 연구와 글들도 영향을 미쳤다.
2019년의 시작이 불과 열흘밖에 남지 않았다. 2018년 국정감사를 뜨겁게, 그리고 유일하게 달군 키워드였던 유치원 비리 근절. 하지만 국회는 두 달째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유치원 비리가 어떻게 가능할까? 그 많은 돈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유치원 비리는, 결국 자라나는 아이들의 건강권 그리고 안전과 맞바꾼 대가를 지불하고서야 가능해진다. 다시 말해, 우리가 유치원 비리를 근절하지 못한다면, 아이들의 건강이, 안전이, 교육권이 현재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위협받을 거란 이야기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아이를 기르는 문제는 육아의 중요한 가치로 여겨진다. ‘안정적’인 기준의 정도가 다소 달라질 뿐이다. 주택의 노후도, 의료 인프라, 교육여건, 유해시설 유무, 주변 자연환경 등을 고려하지만 현실적으로 자금 확보의 여력과 출퇴근 시간의 정도까지 생각하면 동네를 고르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2018년 10월, 대한민국을 가장 뜨겁게 달구었던 키워드는 단연 ‘유치원 비리’다. 시작은 ‘포도 두세 알 먹이고 돈 빼돌려도…“엄마만 모른다”’는 기사와 함께 MBC 뉴스 홈페이지에 전격 공개되었던 감사 적발 유치원 실명 리스트였다. 명단 조회 수가 폭발적으로 올라갔고, 연 2조 원 가량의 국고 지원을 받는 사립 유치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공분으로 이어졌다.
“너만 아이 키우는 거 아니잖아, 먹고는 살아야 하지 않아? 그동안 일한 경력 아깝잖아. 사람 노릇을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해.”
아기가 태어난 지 백일이 지나고 복직을 고민하던 나에게 엄마는 말했다. 이제 막 젖을 먹고 흠뻑 배를 채우고 작은 숨 고르며 겨우 잠든 아기 위로 날아와 박힌 말. 사람 노릇이라니. 나는 지금 사람을 키우고 있는데 이게 사람 노릇 아니고 무엇인가?
출처: http://www.ize.co.kr/articleView.html?no=2018110500237295658